Pulp Fiction 펄프 픽션

      영화 펄프 픽션은 로스앤젤레스 암흑가를 무대로 한 대중잡지풍 폭력 코미디다. 등장 인물은 약물 중독자, 살인자, 갱 등 사회의 어두운 곳에 사는 사람들. 비꼬인 유머감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개한 이 영화는 대중에 대한 냉소주의와 예술에 가까운 폭력 장면, 미국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호평을 얻어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뜩이나 만연되어 있는 폭력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속의 폭력 장면이 실제 거리에서 생기는 폭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펄프 픽션이라는 제목은 금세기 초에 출판된 싸구려 대중오락 잡지의 칙칙하고 선정적인 스타일에서 따온 것이다. 이런 잡지는 값싼 갱지에 인쇄됐기 때문에 펄프(pulp)라고 불렸던 것. 일반적으로 펄프라고 하면 종이 원료로서, 나무 섬유나 넝마가 질척하게 굳은 것을 가리키며, 펄프 잡지에 소설을 쓰는 작가는 펄프 작가로 불렸다. 가장 이름을 날린 펄프 작가는 대실 하멧과 레이몬드 챈들러. 두 사람 모두 1920년에 창간된 유명한 펄프 잡지 Black Mask에 작품을 실었다.주인공들은 냉철한 탐정으로, 그때까지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타입의 미국 영웅이었으며, 행동 또한 주인공으로서의 자질이 결여된 반(反)영웅이었다. 그들 탐정은 짓궂지만 자존심도 세고 부패한 폭력에 직면해서도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며 살아간다. 하멧의 탐정은 말타의 매의 샘 스페이드, 챈들러의 탐정은 <빅 슬립>의 필립 말로우. 험프리 보가트는 두 인물 모두를 영화에서 열연, 필름 느와르라는 장르를 확립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극단으로 밀고나간 것이 바로 퀜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