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대문장가 한유(韓愈)가 홍구(鴻溝)를 건너다가 그 옛날 초(楚)나라 항우(項羽)와 한(漢)나라 유방(劉邦)이 이 강을 경계로 하여 천하를 나누었던 일을 생각해 내고 <홍구를 지나면서(過鴻溝)>라는 칠언칠구 한 수를 읊었다. 홍구는 현재 하남성(河南省) 개봉의(開封) 서쪽을 흐르는 강이다.
龍疲虎困割川原(용피호곤할천원) 용은 지치고 호랑이는 피곤하여 영토를 나누니
億萬蒼生性命存(억만창생성명존) 만천하 백성들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구나
誰勸君王回馬首(수권군왕회마수) 그런데 누가 군왕의 말머리를 돌리도록 해서
眞成一擲賭乾坤 성일척도건권) 하늘과 땅을 걸고 단판 승부를 내게 했던고
첫 행의 용과 호랑이는 유방과 항우를 가리킨다. 두 사람은 진(秦)나라를 무너뜨린 다음에는 서로가 천하를 독차지하려고 피나는 싸움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싸움은 일진일퇴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천하를 둘로 나누기로 하고 유방은 홍구에서 서쪽으로 항우는 동쪽을 차지하게로 했다. 이렇게 되어 백성들은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둘째행의 뜻이다. 셋째 행에서 유방의 말머리를 돌리게 한사람은 참모 장량(張良)과 진평(陣平)이었다. 약속대로 항우는 동쪽으로 철수했는데 유방도 철군하려 하자 두 참모는 이렇게 진언했다.
“지금 초나라 군사들은 지쳐 있으며 식량도 떨어졌습니다. 초나라를 물리칠 수 있는 하늘이 주신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말을 받아들여 서쪽으로 가려던 유방은 말머리를 돌려 넷째 행대로 운명과 흥망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로 천하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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